본 전시는 소나무, 바다, 섬, 계곡 등 자연을 소재로 한국의 정서와 역사의 원천을 사진에 담아, 자연의 소리를 전하는 서정적 풍경사진을 선보이는 사진작가 배병우의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의 작업 중 소나무를 제외한 풍경 사진들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소나무뿐만 아니라 바다, 바위, 산, 하늘과 같은 자연을 다루어왔는데, 이러한 풍경 사진은 소나무 사진들에 비해 톤이 한결 가라앉아 더욱 추상적으로 보인다. 작품의 대상물은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지만 명확하게 그 장소가 드러나지는 않는다. 작가가 찍은 사진 속의 풍경은 늘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풍기기에, 현실이면서도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작가가 무엇을 찍건 그의 관심은 한국성의 탐구에 있다. 배병우가 담아낸 ‘산수화’는 자연에 대한 관조의 개념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보는 자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완결된 공간이 아니라 그 속으로 끌어들이는 하나의 역동적인 장소다. 자연의 혼돈상태를 조직화시켜 그 곳에 또 하나의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서양의 이성적인 풍경화와는 다른, 순차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서정적인 공간인 것이다

배병우의 사진들은 조선시대 겸재(정선 鄭敾)의 ‘진경 산수화’에서 찾을 수 있는 이상화된 자연의 아이콘을 끌어내면서, 화면 위에서 대상들의 형태를 의도적으로 추상화하여 강한 회화성을 담아내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그의 작품 속 풍경은 대부분이 장 노출로 얻은 결과물인데, 이는 겸재 정선의 그림에서 폭포를 그릴 때 시간의 흐름을 한 장면에서 나타내려고 긴 선으로 연결한 것처럼 순간을 긴 시간으로 잡아 표현한 것이다. 아트선재센터는 새롭게 제작한 배병우의 사진 작품들을 소개함으로써 일상의 상념을 씻어주는 대자연의 치유력이 담겨 있는 그의 사진 세계를 재조명하고자 하였다.

 

> 출판: 『배병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