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전시는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사의 전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일본 작가 야요이 쿠사마의 개인전으로, 아트선재센터와 디종 콘소시움이 공동기획하였다. 쿠사마의 최근 작품 10점으로 구성된 본 전시는 작가적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독특한 세계를 제안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색다른 공간체험을 선사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소개된 총 10여 점의 ‘환경’ 작업들은 아트선재센터 입구와 층계에 매달려 있는 빨간 바탕에 흰색 점들이 찍힌 대형 풍선들로 시작된다. 공중에 떠 있는 이 거대한 풍선들은 관람객을 곧장 2층 전시 공간의 <보이지 않는 인생>(2000)이라는 볼록렌즈 거울들로 이루어진 미로로 인도한다. 관람객의 모습이 끊임없이 반사되는 이 통로는 형형색색의 동그란 점이 찍힌 대형 풍선과 스티커들로 뒤덮인 <뉴 센튜리>(2000), 총천연색의 비닐 쿠션들 위에 앉아서 쿠사마의 비디오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비디오 룸>(2000), 작가의 트레드 마크인 ‘물방울 무늬’가 그물망처럼 얽힌 <무한 망>(2000), 1000여 개의 은색 공들이 펼쳐져 있는 <나르시스 정원>(1966-2000), 짐 다인의 하트를 연상케 하는 무지개 빛을 발하는 <신의 마음>(2000) 등으로 연결되며, 환희에 가득 찬 쿠사마의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미로 여행을 벗어나 3층 전시 공간으로 들어서면 관람객은 반복과 확산이 집결된 강박관념의 상징인 <러브 포에버>(1996)를 만나게 된다. 방 속의 방으로 구성된 3층 전시 공간에서 방문을 하나씩 여는 순간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 유기적 모티프의 티슈와 대형거울로 뒤덮인 <스타>(2002), 블랙 라이트와 야광 스티커들로 이루어진 <나는 여기에 있지만 아무 것도 아니다>(2000), 형형색색의 전구들이 거울을 통해 끝없이 펼쳐지는 <물 위의 반딧불>(2000)로 빠져들게 되며, 밀폐된 공간들 안에서 쿠사마의 강박증과 환각증세와 예술세계가 빚어낸 독특한 환경들을 체험하게 된다.

쿠사마는 1929년 일본 나가노에서 출생하여, 1957년부터 1972년까지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전개하였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와 1997년부터 도쿄의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며, 조수들과 함께 쿠사마 스튜디오를 만들어 창작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초기 작업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의 성장 배경에서 비롯된 강박관념과 편집증, 그리고 환각증세 등을 강렬하고 감각적인 색채와 모티프의 반복을 통하여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으로 구현해 왔다.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의 최초 초대작가로 참가하였고(1993), 요코하마 트리엔날레(2001), 시드니 비엔날레(2000), 타이페이 비엔날레(1998) 등 다수의 대형 국제전시는 참가한 바 있으며, 총 100여 회의 그룹전 및 10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아트선재센터에서의 개인전은 쿠사마의 작품을 통해 20세기 현대미술 전개에 있어서 결정적 기여를 한 1960년대 ‘환경’ 예술의 반향과 그 연장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쿠사마의 환경 작업은 작가의 불안정한 정신세계와 예술이 융합되며, 작가를 지배하고 있는 모든 강박관념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일종의 치유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본 전시에서 쿠사마는 작가 자신과 우리 모두에게 영혼이 휴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세계, 무한의 세계, 경이의 세계를 선사했다.

 

> 출판: 『야요이 쿠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