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전시는 국제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서도호의 첫 번째 국내 개인전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그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서도호의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미니멀리즘적인 형식적 접근, 집단의 요소, 그리고 사적인 공간과 기억의 확대가 그것이다. 본 전시에서 관람객은 이러한 요소들을 내포하는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사적인 경험과 기억, 작가가 제시하는 공간 등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20대 후반 미국으로 이주한 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던 서도호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얼굴을 합성해서 벽지로 만든 <High School Uni-Face>(1995)와 고등학교의 교복을 수십 개의 마네킹에 입혀 놓은 <High School Uni-Form>(1996) 등의 작품을 통해, 개인이 느끼는 문화적 정체성을 형상화했다. 1999년에는 작가의 서울집의 외관을 얇은 은조사로 만든 <Seoul Home/ L.A Home/ New York Home/ Baltimore Home/ London Home/ Seattle Home>을 제작하며 특정 장소를 위한 건물과 함께 그 건물에 깃든 추억과 기억을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선보였다. 끊임없이 다른 장소로 이동 가능한 이 작품은 유목민화되고 세계화된 현대인들의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정체성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이후 바닥을 이루거나 입구의 매트로 깔려 있는 작은 인간 형상으로 구성된 <Floor>(1997-2000)와 <Doormat: Welcome>(2000), 군인들의 인식표로 커다란 옷의 형상을 만든 <Some/One>(2002) 등을 통해서, 개체로서의 인간과 이를 지배하는 사회의 집단적 힘 사이에 존재하는 역학관계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처럼 자신이 거주한 공간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한 서도호의 작업은 다양한 문화에 대한 체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가변하는 정체성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정체성을 지닌 인간과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문화적 공간 사이의 끊임없는 충돌과 결합의 모순을 표출하고 있다. 또한 본 전시를 위해 제작된 <낙하산병>(2003) 등의 신작에서는 사람 간의 인연 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음덕(陰德)과 같은 동양사상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서도호는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관 및 한국관, 휘트니 미술관의 필립 모리스관,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 뉴욕 현대미술관, 도쿄의 NTT ICC, 시애틀 미술관 등에 초대되는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한국 작가이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집단 속에서 개인이 동질화와 차이, 공간적 경험에 대한 기억, 집단의 힘 등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 출판: 『서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