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영, <고아들의 성탄 3>
2016, 연필, 아크릴, 먹, 혼합재료
권순영은 아트선재센터 지하의 약 10미터 길이의 복도를 세월호 사건과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같은 동화 장면을 결합한 <고아들의 성탄 3>으로 가득 채우는 작업을 선보인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그곳에 가게 되었다.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

유난히도 더운 올해 여름. 이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 참배객들의 발길은 다소 뜸 해졌고 두 살 더 먹었어야 할 304명의 사람들은 더 이상 나이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어있었다.

언젠가 살아있는 사람들로 넘쳐났을 이곳은 죽은 이들로 북적였고 저승에서 갖게 된 2살이라는 나이가 더는 어린나이가 아닌 것이 되었다. 거짓말 같은 진실이 사람들을 화나게 했고 그 진실을 다시 거짓말처럼 위장하려는 누군가가 사람들 속으로 섞여 들어왔다.

하루하루 가시를 삼키는 심정으로 뉴스를 바라보며 다 같이 힘겨워 했다. 누군가는 어서 빨리 잊혀 지기를 바랐고 또 누군가는 죽는 날 까지 잊을 수 없을 사건. ‘세월’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2014년 4월 16일 이후 더 무겁고 복잡해졌으며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겼다.

그날 이후 우리는 저마다의 마음속에 자책의 응어리를 떠안게 되었다. 하지만 이젠 너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살아있는 자들의 이유는 분명해야 하는 것.

각자의 삶속에서 정신의 건강을 위해 스스로 애써야 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역사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념과 계급의 질서를 초월한 순수한 인간의 상식에 기준하여 세계를 바라보아야 한다.

현재의 삶이 참담한 비극의 연속일지라도 그 안에는 반드시 어떠한 교훈이 숨겨져 있다는 것.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미안해하기보다 비극의 수수께끼를 풀기위한 끊임없는 노력만이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자들의 숙제라 하겠다.

떠나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우리를 향해 웃는 모습이 마지막 영정사진이 되리란 것을.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고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신들의 비극을

나의 언어로 기록하고 싶다고. 나의 눈밭에서 사계절 춥지 않을 성탄절을 즐기고 아직 수습되지 못한 아홉 명의 영혼들이 이곳의 천사가 되어 더 이상 애증의 부조리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호해 줄 거라고. 그러면 산 사람들은 또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놓을 수 없었던 그 손을 이제는 편안히 보내주고 그 이름을 부를 때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도록 나는 그렇게 세 번째 고아들의 성탄을 완성하였다.
-작가노트

 

작가소개
권순영(1975년 출생)은 단국대학교 예술학부 동양화과와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개인전으로는 갤러리팩토리에서의 《슬픈모유》(2014)와 《empty smiles(엠프티 스마일즈)》(2011), 그리고 관훈갤러리에서의 《Flashback(플래쉬백)》(2007)가 있다. 주요 그룹전으로는 《달의  뒷면》(2012, 갤러리 스케이프), 《빗각角서徐사事전》(2011, 토미오코야마 갤러리, 교토), 《발굴의 금지전》(2011, 풀), 《돈》(2010, 풀), 《세상을 드로잉하다》(2010, 인천아트플랫폼), 《서교난장》(2009, 상상마당), 《서교육십西橋六十展 2009: 인정게임》(2009, 상상마당) 등이 있다. 무명들의 역사를 한국화기법으로 기록해 나가는 화가이다.

아트선재 월페인팅
아트선재센터는 2016년 8월부터 ‘아트선재 월페인팅’을 통해 미술관 곳곳을 작가들의 벽화 작업으로 변모시킨다. ‘아트선재 월페인팅’은 2015년 겨울부터 시작된 미술관의 리노베이션 공사와 함께 기획된 것으로 그간 잘 사용되지 않았거나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미술관 공간들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기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