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근의 개인전 《중간인(中間人)》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간인>은 일반 사병들의 모습을 군(軍)이라는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서 조명한 군인 초상 사진 작업이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 혹은 전시를 통해 대한민국 군대의 다양한 모습들이 보여져 왔다. 하지만 지난 62년간 ‘멈춰 있는 전쟁’의 상태로 예측할 수 없는 적과 대치한 대한민국 군의 특이성으로 인하여, 사병 개인의 모습이 초상이라는 예술적 시각으로 보여진 전례는 없었다. <중간인>은 ‘유형학적 초상’이라는 현대 사진의 미학적인 통로와 초상 다큐멘터리라는 사회적인 보고서의 측면에서 현재 군의 상황에 주목한다.

현대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아줌마’ 신드롬을 일으켰던 《아줌마》(아트선재센터, 1999)전 이후, 오형근은 <아줌마>, <소녀연기>, <화장소녀> 등 여성 3부작이라 불리는 작업을 통해 다양한 세대의 ‘여성의 초상’을 다루며 한국 사회에 내재한 편견과 선입견 사이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고립감을 포착해왔다. 전작과는 달리, 작가는 이번 <중간인>에서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대상의 성별 전환과 더불어, 이전까지 다룬 통상적인 관념으로 모인 인물 집단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가 강요하는 ‘우리’의 개념을 탐구하기 위해 전형적이고 강제적인 집단인 군대에 주목하였다. 하지만 오형근은 대한민국 사회의 남성성을 대표하는 의무적 집단인 군에서 사진작업을 진행하면서, 개개인으로서의 군인의 모습을 마주하며 사회가 강요하는 ‘우리’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한다. 때문에 오형근이 포착한 군인의 초상은 한국 사회의 ‘우리’가 아닌, ‘개인’과 ‘집단’, 혹은 ‘나’와 ‘우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병들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그들이 느끼는 ‘중간적인 불안’을 드러낸다.

오형근은 철저한 외부자적 시점에서 극단적인 조명이나 캐스팅, 혹은 상황을 배제한 채, 군을 부정적으로 비판하지도 않고 긍정적으로 표상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작가의 중립적인 자세는 중간 밝기의 조명과 중간 계조의 사진적 장치로 이어진다. 중간 계조의 사진적 장치는 오형근의 중립적인 자세뿐만 아니라 모호한 ‘중간성’을 지닌 ‘중간인’에 대한 사진적 재현이기도 하다. 한편 이전 연작의 초상사진이 인물을 집중적으로 재현했던 반면, <중간인> 연작에서는 사진의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간인>에서 배경은 모티브이자 ‘중간인’으로서의 군인의 고립감과 격리감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병치(Juxtaposition)한 중요한 미장센(Mise-en-Scene)이다.

오형근에 의하면 군을 ‘중간인’으로 바라보는 그의 작가적 관점은 단지 그의 반응일 뿐 군이라는 대상의 본질을 표상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상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인 것이다. 따라서 그의 군인 사진은 관람객의 성별, 계층, 연령, 군필 여부 등 보는 이의 개인적, 사회적 배경에 따라 각기 다른 반향을 일으킨다.

본 전시 개최와 함께 <중간인> 연작을 담은 동명의 모노그래프가 출간되며, 2012년 6월 2일 오후 4시에 오형근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