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스튜디오’ 는 이주요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살고 작업하던 자신의 집을 몇 차례 소수의 관람객에게 공개했던 오픈하우스 프로젝트이다. 가방, 양말, 한국적 기념품, 구제 미군용품, 유명 브랜드의 짝퉁 옷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선 이태원 시장길과 그 끝에 위치한 오래된 연립주택이 나이트 스튜디오의 배경이 된다. 시장길은 아침부터 시끄럽고 낮에는 북적대지만 영업을 끝낸 가게들이 일제히 셔터를 내리면 순식간에 캄캄해져 때 이른 밤이 된다. 먹고 사는 일이 잦아들고 의식과 감각의 절실함이 지배하는 그 시공간을 이주요는 ‘나이트 스튜디오’라 불렀다.

2008년 겨울, 가구 하나 없던 이곳에 도착한 작가는 주워온 가구들을 자신의 키에 맞게 변형하고, 주변에서 발견한 재료들로 추위와 더위를 피하는 장치를 만들고, 도둑을 막기 위한 시설을 고안했다. 이주요는 생활공간에서 필요에 의해 내린 실용적 결정이나 심미적, 의미적 선택들이 드러나는 오브제와 드로잉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삶의 조건을 이해하고, 작가로서 예술적 결정이 일어나는 필연적 시점을 실험했다. 바깥의 어수선한 환경, 물건 파는 사람들, 이민 노동자들을 둘러싼 사건들이 집 안에서도 절벽에 선 것처럼 불안함을 느끼는 예술가를 만나 특정한 이야기가 되었고 이를 기록하는 스토리텔링 기계들과 더불어 일련의 실내 풍경을 이루었다. 이 공간에 등장한 사물들은 아직 이름이 없고 그 용도나 의미가 규정되지 않은 채로 작가의 집에서 소수의 관람객을 맞이하게 된다. 네 차례에 걸쳐 집을 공개했던 ‘나이트 스튜디오’ 프로젝트는 그 상황이나 현상에 따라 다음과 같은 소제목을 달고 각각 2주간 공개되었다: ‘New Comer(새로 온 자, 2010년 8월)’, ‘Far Sight(원경, 2010년 10월)’, ‘Wall to Talk to(말말 벽벽, 2011년 4월)’, ‘I Can Tell the Time(시간을 말할 수 있습니다, 2011년 8월)’. 그리고 2011년 가을 이태원 시장길을 떠난 나이트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이후 매우 다른 도시와 삶의 환경에 놓이며 여러 미술관에서 공공의 시간을 맞게 된다.

이번 이주요 개인전은 아트선재센터와 네덜란드의 반아베 미술관(Van Abbemuseum),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MMK, Museum für Moderne Kunst Frankfurt am Main)이 공동으로 기획하였다. 2012년부터 2013년, 두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Walls to Talk to’는 ‘나이트 스튜디오’를 포함하여 이주요의 ‘Two’와 ‘한강에 누워’ 등을 함께 소개하였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 동안 ‘나이트 스튜디오’가 겪어온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이며, 개인 공간을 떠나서 시간과 장소, 사회적 관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첨삭되고 축적된 작품의 의미에 초점을 두고 기획된 새로운 ‘나이트 스튜디오’이다.

작가 이주요는 지난 20여 년간 여러 나라의 다른 도시들로 이주하면서 경험한 타자의 문제와 그 개별 존재의 불안, 분노, 부족, 약함 등을 비정형적 설치 방식, 임시적 오브제, 드로잉과 아트북을 통해 보여주었고, 전시 안에서는 이를 망설임과 지연, 미결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표현해왔다. 물리적 세계에 존재하는 특별한 운명들, 그리고 표류하는 시간과 불안정한 삶을 인지하는 방식에 대한 작업을 진행해왔고, 그 스토리들을 물리적, 신체적으로 말하는 특유의 오브제와 기록물들이 최근 작업에서 두드러진다.

 

> 출판: 『이주요: 나이트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