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for Nothing 1998, Concrete, rubber containers, gesso, wood, 120×75×400㎝) BYS_08.jpg(Yiso Bahc, As an Escape (1998), Blackhole Chair (2001) Installation view of Something for Nothing at Art Sonje Center, 2014 Photo by Sang-tae Kim

Something for Nothing 1998, Concrete, rubber containers, gesso, wood, 120×75×400㎝

아트선재센터는 박이소 작가의 ≪Something for Nothing(아무 것도 아닌 것을 위한 어떤 것)≫전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인 ‘Something for Nothing’은 박이소의 작품 제목에서 가져온 것이다. 시멘트를 가득 채운 대야와 빈 대야, 그리고 나무 받침대로 구성된 이 작품은 유실되었기 때문에 전시에서 실제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박이소가 추구했던 ’어떤 것’, 즉 미술작품을 만들려는 행위와 욕구, 그리고 그 공허함에 대한 고찰을 잘 드러낸다. 박이소는 작가 노트에서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이 결국 “쓸모 없는 쓰레기 더미”가 되는 것 같다면서도, 자신은 “삶의 공허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자기 치료적 탈주수단”으로서 작품을 만든다고 밝혔다. 박이소에게 미술 작품제작이란 “기존의 사물의 의미와 감각의 영역 사이에 펼쳐져 있는 광대하고도 끝없는 ‘틈’을 거꾸로 여행하는 것”이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2011년에 열린 ≪개념의 여정≫전에서는 박이소의 드로잉을 통해 작가의 작업 준비 과정에서의 아이디어나 설치 작업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이번 ≪Something for Nothing≫전은 그 동안 국내에서는 소개되기 어려웠던 설치작품들을 중심으로, 회화, 조각,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으로 구성된다. 우선,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 미국에서 ‘박모’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시절의 작업부터 2000년에 미국 텍사스에 소재한 아트페이스(Artpace) 레지던시에서 제작한 작업, 그리고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작업 등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1990년대 말부터 한국에서 가졌던 주요 그룹전 및 2002년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으로 열렸던 개인전의 작업들을 소개한다.

전시의 출발점에 놓이는 <As an Escape>(1998)는 전시장 벽과 반투명 비닐 사이에 좁은 복도를 조성하여 생소한 공간 속으로 관람객을 유도하는 작업으로, 1998년 경주 선재미술관에서 열린 ≪디프로스트(Defrost)≫전의 설치 방식을 따라 선보인다. <무제(샌 안토니오의 하늘)(Untitled (The Sky of San Antonio))>(2000)은 건물 옥상에 설치한 여러 대의 비디오 카메라를 전시장 천장의 비디오 프로젝터에 연결하여 실시간으로 하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 작업이 처음으로 전시되었던 아트페이스에 자문을 구하여 당시의 설치 모습을 재현하되, 이번에는 서울의 하늘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게 된다. 이와 함께 박이소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별이나 빛과 관련된 <북두팔성(Big Dipper in Eight Stars)>(1997-1999), <팔방미인(Eight Direction Beauty)>(2002), <오공계(Five Empty Worlds)>(2002), <당신의 밝은 미래(Your Bright Future)>(2002) 등의 작업을 한데 모아 전시한다. <당신의 밝은 미래>는 열 개의 밝은 조명이 고개를 들어 하얀 벽의 윗부분을 비추어 밝은 빛을 극대화시키는 설치 작업으로, 2009년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LACMA) 전시에서 동료 작가들이 복원하여 설치했던 방식을 따른다.

박이소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이번 전시 제목 그대로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위한 어떤 것’인지도 모른다. 남겨진 ‘어떤 것’들을 통해 그가 여행했던 ‘틈’을 우리들도 따라가 보고 저마다 생각해볼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준 듯 하다. 이번 전시와 함께 출간되는 드로잉북은 2011년 ≪개념의 여정≫전부터 오랫동안 준비해온 책으로, 박이소가 작업을 전개하는 방법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로서 그의 작업에 관심 있는 동료 및 후배 작가와 연구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5월 중에 현실문화연구와 공동기획으로 출간 예정인 앤솔로지는 박이소의 글과 박이소에 대한 글을 총망라하여 1990년대 한국미술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했던 작가의 사유의 궤적을 정리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또한 토크 프로그램 <박이소의 삶과 예술>을 개최하여 그의 친구, 동료, 선후배, 제자가 함께 모여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 프로그램을 통해 박이소 작가와 함께 했던 경험이나 그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박이소의 삶과 예술을 보다 친밀하게 이해하고, 나아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의 그의 역할과 의의를 되짚어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작가소개
박이소는 1985년 뉴욕에서 대안공간 ‘마이너 인저리(Minor Injury)’를 설립하여 1989년까지 관장으로 활동했으며, SADI 드로잉컨셉트학과 교수(1995-1999), 계원디자인예술대학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강사(2000-2003) 등을 역임했다. 2003년과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2001년 요코하마트리엔날레, 1997년 광주비엔날레, 1994년 하바나비엔날레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 원회 올해의 예술상, 2002년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 1991년 미국연방예술기금(NEA) 회화상 등을 수상 한 바 있다. 2004년 4월 26일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 출판: 『박이소: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위한 어떤 것』

> 출판: 『박이소: 설치를 위한 드로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