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는 《불협화음의 하모니》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참여작가인 치바 마사야의 공공장소에서 자화상 그리기 작업인 <자화상 #3>(2015)을 선보였다.

 

치바 마사야, <자화상>에 대하여

젊은 정신과 의사 라캉이 1932년에 제출한 박사 논문의 사례 중에 에메(Aimee, 사랑받는 자)라는 가명으로 불린 여성은 실로 아이러니에게도 이러한 ‘애증의 양의성’과 ‘원초적 질투’를 살았던 인물이다. 소설가를 꿈꾸던 그녀는 젊은 시절 아이를 유산했을 때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언니와 재능 있는 친구가 자신의 아이를 훔쳐갔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망상은 더욱 악화되어 오랫동안 동경하던 여배우와 소설가가 자신의 일상을 관찰하다가 자기 소설을 몰래 읽고 표절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는데, 급기야 여배우가 공연하는 극장 분장실에 침입하여 칼로 찔러 죽이려고 했다.
당시 31세였던 라캉은 에메의 증상을 ‘자기 벌주기 망상증’이라 진단하고 그녀가 벌 주려고 했던 것은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었다고 결론지었다. 내가 사랑하는 모습은 죽어버렸다. 무언가가 빼앗겨버려 내가 사랑하고픈 그 모습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나는 그 모습에서 소외되어 있다. 내 모습의 무언가가, 그리고 내 모습 자체가 거짓으로 빼앗겼고 착취되고 표절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아간 원망스러운 사람, 죽여버리고 싶은 사람은 투영된 소타자(objet a,小他者), 바로 ‘나’ 인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로부터 나를 빼앗겨버렸다. 그래서 나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당신을 죽여버릴 테다. 그런데 그런 당신이 바로 나다!!
에메는 자신의 외재화된 이상을 자신의 희생자 안에서 공격한다. 그러나 에메가 공격한 대상은 오로지 상징으로만 가치가 있을 뿐 그녀는 어떠한 평온함도 체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법 앞에서 그녀에게 유죄라고 선언하는 재판관의 망치의 일격에 에메는 또 스스로를 때려 눕히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이것을 이해했을 때 그녀는 욕망이 충족된 만족감을 느꼈다. 결국 망상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져 사라져버렸다.

위의 내용은 제가 2009년에 읽은 사사키 아타루의 『야전과 영원』이라는 책의 일부입니다. 이 책에 영감을 얻어 타인의 얼굴에 자화상을 그려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에메라는 여성은 타인과 자신의 경계를 잃었다는 점에서 병자이지만 또한 같은 이유에서 ‘풍부하고 훌륭한 상태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타인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일, 타인의 몸이나 존재를 빌리는 방법, 그리고 타인에게 투영한 이미지가 다시 되돌아온다는 등의 발상이 떠올랐습니다.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이 ‘자화상’은 회화의 한 장르입니다.
일반적으로 회화는 ① 그리는 대상 ② 그려지는 지지대 ③ 그리는 사람, 이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작업이 진행되지만 자화상은 ①과 ③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다소 특수합니다. 또한 ①과 ③이 동일한 만큼 ②의 포인트, 즉 지지대와 물감의 물질성에 대한 사고와 정신이 매우 두드러지는 장르라고도 하겠습니다.
이러한 ② 지지대에 타자를 직접 개입시키고자 했던 것이 이번 자화상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 작품은 2012년에 그린 것으로 지지대는 ‘무대에서 연기하는 여배우’로 삼았습니다. 여배우의 얼굴에 제 얼굴을 그린 후,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를 선별해서 그것을 읽고 연기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종이에 그 모습을 옮겨 그리는 방법이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2014년 친구였던 한 여성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녀 얼굴에 제 얼굴을 그린 후 헤드셋으로 제 평소 모습과 움직임을 전달하면 그것을 따라하는 식의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모습을 종이에 옮겨 그렸습니다.
세 번째 작품은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태권도 선수에게 부탁할까 합니다. 어릴 때 태권도 시합 영상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은 이래 줄곧 동경해왔기 때문입니다, <가면 라이더> 등으로 대표되는 액션 히어로의 움직임은 모두 태권도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높은 정신성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중력으로부터 벗어나 생명을 외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소개
1980년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머무르며 활동 중이며, 2005년 다마 미술대학 유화 전공을 졸업했다. 치바 마사야는 협업 프로젝트에서 구멍을 파내는 방식으로, 또한 지점토와 목재 찌꺼기로 사람 형상을 만들어서 육체적 행위의 결과인 장소와 사물을 만들어낸다. 또한 석고, 돌, 직물, 드로잉, 사진 등 다양한 일상적 재료를 활용해 구조물을 만들고 회화를 통해 이러한 일시적 풍경을 묘사한다. 이러한 작업을 직접 만든 단순한 구조의 나무 받침대에 진열해 새로운 공간을 생성하며, 회화와 조각의 총체적인 조화를 구현한다. 최근 작가는 «롯폰기 크로싱»(모리미술관, 2013), «사물의 아름다움»(에르미타주 미술관, 2013~2014), 캘리포니아 태평양 트리엔날레(오렌지 카운티 미술관, 2013), 쿠니사키 아트 프로젝트(2012), «겨울 정원»(하라 미술관, 2009) 등 일본 안팎의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