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는 2015년 4월 11일부터 7월 26일까지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의 개인전 《자가해체8: 신병(Autodestrucción8: Sinbyeong)》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멕시코 작가 크루스비예가스가 국내 최초로 갖는 개인전이자 2012년 제5회 양현미술상 수상을 기념하여 개최된다. 한편, 크루스비예가스는 오는 10월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터빈홀(Turbine Hall)’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가해체8: 신병》은 크루스비예가스가 2012년부터 로스앤젤레스, 멕시코시티, 파리, 런던 등에서 문학, 철학, 음악과 같은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며 진행해온 ‘자가해체’ 연작의 여덟 번째 작업이다. 이번 개인전에서 크루스비예가스는 국내 재개발 지역에서 수집한 슬레이트 지붕, 벽돌, 장판, 스티로폼, 마루 등과 같은 폐자재는 물론 신발, 의자, 조명, 자전거, 액자, 이불과 같은 일상적인 폐품을 재활용하여 쓸모 없는 것으로 보이는 사물들에 전혀 다른 모습,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가 이번 전시의 부제를 강신 체험 현상의 하나인 ‘신병(神病)’으로 붙인 것도 이와 같은 변신, 한 존재에서 다른 존재로 탈바꿈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 공간 내지 매개 공간 개념을 은유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이다.

크루스비예가스는 이번 전시 《자가해체8: 신병》을 위한 작가 노트에서 1920‒30년대에 활동했던 멕시코의 저명한 아방가르드 시인 호르헤 쿠에스타(Jorge Cuesta)의 시 「광물의 신을 위한 노래(Song to a Mineral God)」 의 일부를 포함시키고 있다.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화학 실험의 변형, 탈바꿈을 급진적으로 시도했던 화학자이기도 했던 이 시인은 대표작인 이 시에서 시인의 감정이 아닌 언어 자체의 감정을 드러내는 애니미즘의 관점을 취해 시의 자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크루스비예가스는 작가 노트에서 쿠에스타의 이러한 언어관을 빌려와 언어의 해방과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중에 청계천에서 우연히 발견한 멕시코 도룡뇽 ‘아홀로틀(Axolotl)’을 전시장으로 옮겨와 키우고 있는데, 작가는 성충으로 변태하지 못하고 어린 모습 그대로 성장하는 이 유생성숙(幼生成熟)의 생물을 은유적 매개로 삼아 우주와 사물의 영속적인 변형, 변신의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크루스비예가스의 조각 및 설치 작업은 사회·정치·경제·역사적 조건 속에서 만들어지는 개인의 정체성과 자아의 구축 과정을 질문한다. 작가는 주로 레디메이드 오브제와 주변에서 발견한 사물들을 활용하고 다양한 기술을 혼합하여 즉흥적이고 불완전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2007년부터 에피소드 형식의 시리즈로 작업해오고 있는 ‘자가구축’이라는 이러한 방법론은 작가가 어린 시절 멕시코시티 남쪽 화산암 지역에서 성장하면서 불모지를 개척하고 정착했던 과정, 즉 주변에서 구한 재료와 임시변통으로 집을 짓고 가족 및 이웃 사이의 협동과 연대를 통해 마을을 만들어 나갔던 경험을 근간으로 한다. ‘자가해체’는 이와 같은 ‘자가구축’의 동시적 이면으로서, 2012년부터 발전시켜 오고 있는, 해체와 구축을 순환하는 방법론이자 예술적 실천이다. 전시가 열리는 장소 주변에서 발견한 사물들을 새로운 용도에 맞게 재활용하는 것을 함축하는 ‘자가건축’과 ‘자가해체’라는 이러한 방법론은 그의 건축적 조각의 형태를 통해 구현되고 있으며 그 생산 과정 또한 큐레이터, 예술가, 비평가, 전문가, 혹은 일반 대중과의 협업과 참여를 통해 유기적으로 완성된다.

이번 《자가해체8: 신병》을 위해 아트선재센터 전시팀은 지난 일 년간 미술관 전시 종료 후 남겨지는 폐기물을 버리지 않고 모으는 한편, 서울의 재개발 지역을 순회하며 폐품과 폐자재를 수집해 왔다.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이러한 재료를 활용해 한국의 작가 및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서 완성한다. 특히 내부 리노베이션을 앞두고 있는 아트선재센터 3층 전시장의 벽을 일부 허물어낸 자리에다 작가는 멕시코 아후스코(Ajusco)의 부모 집에 대한 작가의 기억을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흔적 등으로 재구축한다. 한편, 아트선재센터는 ‘먼데이 워크숍(Monday Workshops)’이라는 이름으로 전시 준비 기간 동안 큐레이터, 사회학자, 그리고 작가들과의 대담 및 강연을 진행해왔다. 또한 이 같은 사전 워크숍 및 전시 진행 과정을 담은 책이 전시 기간 중에 발간될 예정이다.

 

작가 소개

1968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는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National Autonomous University of Mexico)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1987년부터 1991년까지 가브리엘 오로스코(Gabriel Orozco)의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그는 테미스토클레스44(Temístocles 44), 라 파나데리아(La Panadería) 와 같은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에 참가했으며, 2010년에 열린 비영리 거리 미술공간, 라 갈레리아 데코메르치오(La Galería de Comercio)의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다양한 국가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선보였으며, 특히 2013년 워커 아트 센터(Walker Art Center)에서 기획한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 자가구축 스위츠 (Abraham Cruzvillegas: The Autoconstrucción Suites)》는 그 이듬해 뮌헨의 쿤스트 하우스(Haus der Kunst), 멕시코시티의 주멕스 파운데이션(Jumex Foundation)과 푸에블라의 암파루 미술관(Amparo Museum)에서 순회 전시된 바 있다. 또한 2012년 독일 카셀도큐멘타, 2012년 광주비엔날레, 2009년 쿠바 아바나 비엔날레, 2010년 미디어 시티 서울,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등에 참여하였다. 2012년 양현미술상을 수상했으며, 오는 10월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터빈 홀(Turbine Hall)’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 본 전시는 재단법인 양현의 후원 및 협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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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 ‘자가해체8: 신병(神病)’ 연계 프로그램 
> 스크리닝&토크: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 
> 출판: 『실패에 대한 도전과 가능성에 대한 혼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