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는 염지혜 작가의 《모든 망명에는 보이지 않는 행운이 있다》를 2015년 ‘아트선재 프로젝트 스페이스’ 네 번째 프로젝트로 개최한다. 《모든 망명에는 보이지 않는 행운이 있다》는 심보선 시인의 시 「금빛 소매의 노래」의 한 구절이다. 이 구절은 망명이라는 고독한 슬픔과 보이지 않기에 꿈꾸는 모호한 기대와 행운이라는 찰나의 기쁨이 한데 뒤엉킨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모든 망명은 지금 여기 순간을 떠나야 하는 상실을 지시하지만, 그럼으로써 다른 시공간에 진입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명시한다. 장소에 대한 관심에서 확장하여, 공간을 구성하고 구획하는 사람과 문화, 그들(그것)과의 관계 맺음을 시도해 온 작가에게 있어 망명은 늘 생활 속에 실재해 온 것이자, 삶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대 행위였다. 이 전시에서 제시되는 망명은 멀지 않은, 실상 가까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모든 망명에는 보이지 않는 행운이 있다》라는 전시 제목으로 엮어낸 네 편의 영상 작업에서는 직접적으로 혹은, 느슨하게나마 망명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각각의 작품은 불가사의한 가상의 공간 <프레스케이프>(2015), 장소에 대한 상상 <원더랜드>(2012), 내적 공간에 대한 사색 <아이솔란드>(2014), 미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설화와 그것을 둘러싼 사회정치학적 이야기 <분홍돌고래와의 하룻밤>(2015)을 말한다. 이 작품들은 흔히 강제적이고 정치적인 의미의 프레임에 갇혀있는 망명이 아닌- 자발적이면서 동시에 비자발적인, 사회적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육체적인 이동일 수도 있지만 정신적인 유목일 수도 있는, 무겁지만 가벼울 수도 있는- 다소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망명을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분홍돌고래와의 하룻밤>을 중심으로 하여,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작업들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장치로 소품(prop)을 사용하여 전시 공간 안에 세심하게 배치한다. 이 소품들은 작품 사이의 거리를 메우고 공간을 채우는데 충실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른 시공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번 전시는 관객들이 제한된 망명이라는 의미를 좀 더 다층적으로 살펴볼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작가 소개
1982년생.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런던으로 건너가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골드스미스에서 순수예술을 전공 했다. 가나, 이란, 팔레스타인, 핀란드, 브라질, 콜롬비아 등 여러 곳에서의 레지던시에 참여하였고, 2013년부터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다.

 

아트선재 프로젝트 소개
‘아트선재 프로젝트 스페이스’는 임시적이고 자유로운 예술적 시도를 위한 플랫폼으로서 아트선재센터 1층 공간을 재정비하여 2014년 하반기에 새롭게 시작되었다. 아트선재센터는 카페와 레스토랑 같은 상업 시설 대신 교육 및 프로젝트 공간을 확장하고자 미술관의 퍼블릭 공간인 1층을 건축가의 프로젝트를 통해 변모시켰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의 취지를 계승하면서도 미술관의 열린 공간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라는 특성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토크와 워크숍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15년에는 홍원석을 시작으로 이은우, 김동규, 염지혜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