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와 성(性)에 관한 담론을 수공예적인 섬세한 방법으로 풀어나갔던 작가 이불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사이보그(Cyborg)’ 시리즈를 선보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의 ‘사이보그’들은 이전의 사이보그에서 형태적, 재료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개념적으로도 보다 전위적이며 복합적인 전략이 구사된 작업이다. 그럼에도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오거니즘(organism)’의 합성어인 ‘사이보그(cyborg)’의 어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이보그는 개념적으로는 여전히 문화의 경계로서의 신체를 다루던 이전의 작업들과 연결되어 있다.

사이보그 연작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이보그들의 낯익은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이불의 사이보그는 완전한 모습이 아닌,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거나 팔다리가 없는 비정상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사이보그의 재료로 쓰인 실리콘은 흔히 의학적으로 인체, 특히 여성 신체의 일부를 증대하거나 교체하는데 사용되는 인공적인 물질이다. 이렇게 신체를 대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유기체로서의 신체, 기관 없는 신체에 대한 논의를 유도한다. 이러한 신체에 대한 논의가 사이보그에서는 특히 ‘테크놀로지의 완벽성’이라는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그녀의 사이보그들은 서양미술사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여성의 이미지, 예를 들어 ‘비너스’나 ‘올랭피아’ 등과 같은 여성의 원형적 이미지를 따르고 있다. 사이보그에 이러한 초시간적이고 도상학적인 여성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과연 테크놀로지를 지배하고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러한 힘을 통해 어떤 종류의 이미지와 생산물, 그에 부수되는 이데올로기들이 생산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이보그 연작을 비롯하여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여전히 신체에 관한 이불 고유의 담론과 수공예적인 섬세한 방법이 상기시키는 여성성을 그 화두로 삼고 있다. 이러한 그녀의 작업은 초기 작업과 지속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으며, 예술과 문화, 기술,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지탱하고 있는 부계적 사회계급구조에 대한 재고를 유도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의 전복을 꾀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 출판: 『이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