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풍·경’전은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그 어떤 고정적인 본질로 정의하기보다는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고 미래를 지향해 나가는 문화적 자의식의 역동적인 과정으로 접근해 나가는 전시이다. 이 전시는 김홍주, 김범, 박이소, 정주영, 홍명섭 등, 그 어떤 장르 구분이나 형식에 구애받음이 없이 총 20명의 한국작가들의 구체적인 작업을 바탕으로 기존의 우리 미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기획되었다. 따라서 이 전시는 단순히 언어 그대로의 풍경이나 산수를 다루는 것은 아니며, 작가들이 제시하는 작품들간의 관계와 환경을 통해 지금 여기의 풍경을 제공하는 전시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전시장은 동양화와 사진이 서로가 가지고 있는 물질적이고 구조적인 특징으로 공간을 공유한다던가, 유머러스하고 개념적인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심리적인 풍경으로 유도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림 이상의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풍경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전시는 게스트 큐레이터인 정헌이에 의해 기획되었다. 

20세기를 마감하면서 돌아본다면 한마디로 우리에게 험난했던 세기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세계관은 서구의 근대주의적 세계관과 만나 첨예하게 갈등하면서 오늘을 개척해왔고, 마찬가지로 미술분야에서도 서양화와의 교류는 전통의 계승이라는 차원과 타자와의 만남을 통한 새로움의 충격 사이에서 역시 끊임없는 고민과 갈등을 낳았다. 그러므로 우리 미술의 ‘현대성’과 ‘한국성’을 둘러싼 논의는 20세기 전반기부터 미술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동시대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정체성으로서의 ‘현대성’이나 ‘한국성’이란 그 어떤 환원적인 본질이나 개념적인 실체로 고정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트선재미술관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이 무엇인가”를 묻는 대신에 “우리는 어떻게 한국현대미술을 실천하고 있는지” 바라보고자 하며, 이론의 잣대가 아닌 오늘날 작가들의 구체적인 작업에서 출발하는 길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를 “풍경”으로 한정한 것은 많은 현대 작가들이 자연 속에서 작업을 하면서 예술관을 모색하거나 자연을 참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서이다. 또한 “풍경”이 가지고 있는 큰 의미가 그 자체로 하나의 가치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동양의 전통 산수는 그림이기 이전에 세계관의 표현이었고, 마찬가지로 르네상스 이후 전개된 서양의 풍경화 역시 인본주의적이고 합리주의적인 세계관의 출발과 그 맥을 함께 한다. 따라서 서구의 어떤 이론이나 참조의 틀을 가지고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의 구체적인 작업에서 출발하여 “풍경”이라는 주제 속에 내재하는 우리 미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바라보고자 ‘산·수·풍·경’이라는 전시를 기획하였다. 즉 이 전시는 산수와 풍경을 넘어서 기존의 그 어떤 장르 구분이나 형식에 구애받음 없이 오늘날의 우리미술을 바라보고 즐겨보고자 마련된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강경구, 권기윤, 김근태, 김명숙, 김범, 김장섭, 김주현, 김천일, 김호득, 김홍주, 민정기, 박이소, 유본택, 유승호, 이인현, 정보영, 정주영, 최선명, 최진욱, 홍명셥 등 총 20명이다. 이들은 전시장에서 동양화와 사진이 서로가 가지고 있는 물질적이고 구조적인 특징으로 공간을 공유한다던가, 유머러스하고 개념적인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심리적인 풍경으로 유도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림 이상의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풍경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산·수·풍·경’은 작가들의 구체적인 작품을 통하여 산수풍경 속에서 산처럼 우뚝 선 인간의 존재와 물같이 흐르는 시간의 역사를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이며, 오늘날 우리에게 불어오는 바람과 내일을 전망하는 빛을 느끼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출판: 『산·수·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