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는 2017년 12월 12일부터 2018년 1월 14일까지 아트선재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2017 아트선재 프로젝트 #8 이정우 – 공포탄》을 개최한다.

이정우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허구적 인식의 생성과 소비의 메커니즘에 주목하는 작가이다. 그에게 허구적 인식이란 국가, 역사, 문화, 정치적 맥락 안에서 최근의 SNS나 언론 미디어 등을 통해 변형, 왜곡, 과장되어 현실을 장악하는 풍경이 되어버린 실체 없는 이미지를 의미한다. 진실의 유무를 판단하기에는 이미 생성-소비-재생산의 과정을 거치며 최초의 맥락으로부터 점점 거리를 두게 된, 그래서 그 자체로 이미 의미의 외피를 걸치게 되어버린 이미지의 실체에 도달하기 위해 작가는 자신의 주관적 경험과 지식에 의거하여 선별, 상정된 ‘허구적 인식’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살상능력을 제거하고 공포 사격용으로 만들어진 ‘공포탄(空砲彈)’ (물론 가까운 거리에서 맞았을 시에는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 있다)이라는 전시명 아래 효율적인 사회 시스템의 지속과 운영을 위해 ‘공포’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미디어의 이미지 메이킹 방식과 실체가 비어있는 껍데기-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허구성에 대해 질문한다.

전시명과 동일한 제목을 가진 작업 ‘공포탄’은 영화 프로덕션에서 사용하는 공포 생성의 메커니즘과 구조를 차용한다. 장르 영화, 그중에서도 공포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선행하는 로케이션 헌팅 아카이브의 사용은 특정 장소가 가진 표피적 분위기를 중심으로 일상의 맥락으로부터 떨어져나와 전혀 다른 서사를 위한 배경으로 기능하게 한다. 그리고 설정된 장소의 이미지 위로 한국의 공포, 스릴러 영화의 계보를 장식하는 주요 작품(<하녀> (김기영, 1960), <월하의 공동묘지> (권철휘, 1967), <깊은 밤 갑자기> (고영남, 1981) 등)의 배경음과 대사가 입혀짐으로써 장소의 이미지에 알 수 없는 심리적 긴장과 균열을 부가하게 된다. 한국 공포 영화 특유의 전형적 구조 – 이를테면 특정 관계나 장소에 개입하는 외부인으로부터 시작되는 긴장의 발생, 이제는 익숙해진 영화적 효과음, 그리고 개인의 절규 또는 독백과도 같은 자막은 실체 없는 공포로 관객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의 방법론을 차용한 또 다른 작품 ‘Open Your Eyes’에서는 영화에서 공포를 연출하기 위한 장치 – 사운드, 시나리오, 영화 미술, 특수 분장 – 와 영화 속 시점을 다룸으로써 현실과 영화에서의 이미지 생산 방식의 유사성에 대해 질문한다. 영화에서 시점의 설정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며, 관객은 감독이 허락하는 주관적 시점 아래 해당 시점을 소유하는 영화 속 인물 (일반적으로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삼인칭 시점)과 동일한 감정, 심리를 공유하고 극에 몰입하게 된다. 이정우는 이러한 시점샷의 특성을 바탕으로 영상의 도입부에 리드미컬한 운동성을 부여하고자 시점샷을 사용하거나, 또는 히치콕 영화의 한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관음의 시선을 적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영상의 초반과 중반에 걸쳐 시선의 주체인 주인공에 동일시하던 관객을 영상의 말미에 객체로 전환시켜 버림으로써 시선의 소유권을 박탈당한 피지배의 위치로 전락시켜 버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의 문제 사이사이 삽입된 영화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전문가의 인터뷰는 허구와 실재 사이에 더욱 선명한 골을 만들며, ‘당신이 무엇을 본다고(인식한다고) 했을 때 그 시선의 주체가 실제로 당신일 수 있는가?’, ‘어떤 이미지를 볼 때 당신은 그 이미지를 둘러싼 맥락, 그리고 그 너머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역으로 관객에게 돌려준다.
한편, ‘My Name is Red’는 현대 사회에서 공포를 생성하는 이미지 메이킹 방식과 그러한 방식 아래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고정된 인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이다. 이것을 위해 이정우는 서구 사회에서 소비되고 있는 북한의 이미지에 주목한다. 독일에 거주 중인 외국인 20명을 캐스팅하여 인터뷰의 형식을 취한 본 작업은 ‘북한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온 인물’이라는 가상의 역할과 20분으로 제한된 시간이라는 룰 안에서 북한에서의 각자가 경험한 가상의 이야기를 구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각각의 인터뷰이는 제한된 시간 안에 북한에서의 경험을 서술하기 위해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주입한 북한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자신의 과거 기억이나 경험과 뒤섞어 서술하게 되고 이것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이미지가 얼마나 허구적으로 고착화되어 있는지를 시사하게 된다. 또한, 5채널로 이루어진 영상에서 20개의 인터뷰는 두서없이 겹치거나 따로 분리됨으로써 각자의 서술을 쉽게 따라갈 수 없도록 방해하고 둘 이상의 채널에 인터뷰이가 동시에 출연할 때는 구술된 내용 중 선별된 단어만을 자막으로 옮겨 강조함으로써 카메라 앵글 밖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화자인 작가의 의견을 분절적으로 대변하게 된다. 이정우는 이러한 다중의 시점과 끊임없는 화자의 이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사회적으로 고착화되는 원리와 그것을 공고히 하는 외부적 요인을 의심한다.
‘아들아, 저건 그냥 자욱한 안개란다’는 신문이나 주변 홍보물로부터 수집/ 발췌한 독재자의 이미지나 슬로건(또는 슬로건과 유사한 성격의)을 중심으로 한 대형 콜라주 설치이다. 작가는 해체, 수정, 왜곡, 과장, 덧입힘, 재조합 등의 방식을 통해 미디어가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과 그것이 일으키는 사회적 효력에 대해 탐구한다. 사회/ 문화/ 정치적 맥락에서 특정 대상이나 조건에 대해 하나의 단일한 비판 의식을 조장하거나 대중의 통일된 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사용하는 문구와 이미지는 작가의 리터칭을 통해 그 목적을 헤아리기 어려워진다. 또한 이렇게 의도가 분명했던 이미지 – 미디어에서 수집한 이미지 – 와 함께 병치되는 목적이 불분명한 것 – 물티슈, 주운 사진 등 – 은 각 이미지가 가진 실제 의도나 연출의 방식에 끊임없는 잡음을 일으키며 단일한 목적 달성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전시를 구성하는 세 개의 영상과 하나의 콜라주 설치 작업은 ‘실재와 허구’라는 축을 가로지르며 미디어 장치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는 원리와 구조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분절과 조합, 파편과 전체의 재구조화로 이루어진 일련의 작업은 의문 뒤에 뒤따르는 하나의 결론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공포 영화의 메커니즘처럼 종국에는 해소될 공포와 갈등을 전제로 서사를 구성하지 않으며 공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그 메커니즘에 관해 얘기하지만 끝까지 작가가 상정한 그 공포의 실체는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저 징후적인 하나의 풍경처럼 제시되는 작품은 그래서 관객 각자의 기억이나 정서와 엉겨 붙고 뒤얽혀 실재하지 않는 각자의 공포에 도달하게 하거나, 또는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의 끄트머리에서 그 실체를 마주하게 할 수도 있다. 결국, 이정우는 현실을 장식하는 이미지의 작동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 문화/ 정치적 배경에 접근하기 위해 허구와 실재 사이의 거리를 조율하며 허구로부터 실재를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아티스트 토크: 이정우>

1월 13일 토요일, 아트선재센터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의 작가 이정우와 함께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합니다. 살상능력이 없이 공포 사격용으로만 사용하는 ‘공포탄’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번 전시는 미디어를 통해 가공되고 왜곡된 인식에 대해 탐구하는 작가 이정우의 작업을 소개합니다. 이정우는 영화, 신문, 방송 등 구체적인 미디어의 사례들을 짜깁기하고, 허구와 실재를 혼란하게 하는 매커니즘을 스스로 차용합니다. 이번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각 작업에 사용된 사례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와 함께 이정우의 작업에 대해서 더 심도있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이 전시는 1월 14일(일)에 종료됩니다.

일시: 2018.1.13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아트선재센터 1층 프로젝트 스페이스
입장료: 무료

작가: 이정우
패널: 전효경(아트선재센터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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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이정우는 상명대학교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2004년 부터 2009년까지 영화미술디자이너로 활동하였다. 2010년 독일로 이주하여 브라운 슈바이크 예술대학교 (HBK Hochschule für Bildende KünsteBraunschweig)에서 캔디스 브라이츠(Candice Breitz)의 비디오 아트 디플롬, 마이스터 슐러 과정을 마쳤다. 주요 전시로는 2016년 독일 베를린에서의 개인전 <My Name is Red> (Art Project Space Centrum, 2016)와 하노버의 쿤스트페어라인 (Hannover Kunstverein), 고슬라 현대미술관 (Mönchehaus Kunst Museum Goslar), 한국의 아마도예술공간에서의 그룹전 등이 있다. 2017년 한국에 귀국하여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