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아트선재 프로젝트 #3: 이윤이 – 내담자》는 인물의 역사를 여러 화자의 구술을 통해 기록함으로써 나와 타자로 이분되는 세계와 시공간을 횡단하려는 시도이다. 문자로 기록되는 정보나 역사와 달리 구술은 주관적인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발화되기에 ‘듣는 이’와 ‘현재’를 전제로 한다. 구술은 관계 지향적이면서도 구술하는 자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거나 개인적 감정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가변적인 이야기 방식이기도 하다. 이 전시는 구술의 여러 형태 중, ‘예지몽’과 ‘전생 리딩’을 영상 속 화자들의 구술 방식으로 택하고 이를 통해 관계의 상호성과 대체 가능성, 인연의 자율성(수동성)을 질문한다.
신작 영상 <샤인 힐>(2018)은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샤인힐골프클럽’에서 일하는 두 삼십 대 여성의 예지몽과 전생 리딩을 통해 무의식의 세계를 구현한다. 절에서 처음 만난 두 여성은 실제 만남 이전 꿈에서 서로를 미리 보았다는 주관적 기억을 구술하고, 그 인연을 바탕으로 같은 직장과 거주지에서 함께 생활하며 미래의 비전을 공유한다. 한편 지역의 한 실내골프장을 운영하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유대와 갈등은 유명 전생리딩가의 전생 풀이와 해석을 통해 그 당위가 설명되고, 그들의 집과 일터에서 보이는 종교적 믿음과 수행적 생활, 미신에 대한 의지는 서로를 결속하는 받침목으로 드러난다. 영상이 설치된 블랙박스 역시 하나의 설치물로 기능한다. 골프장의 언덕과 유사한 굴곡이 구현된 공간은 화면과 상영 공간을 연결하면서 가상과 실제가 혼재된 작업의 서사를 공간으로 연장한다.
두 개의 기둥 형태의 설치물 <귀의 말>(2018)은 전시장에 설치되어 있었던 기존의 기둥의 형태를 반영하여 만든 것이다. 이질적인 재료를 접합하여 만든 이 (유령) 기둥은 기둥 본래의 기능적인 사용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지대이자 전시 전체가 지칭하는 불확정적 감각과 상황의 기념물이다. 이 기둥은 투명과 불투명의 상태가 공존하는 채로 과거와 미래, 사실과 허구, 말하는 자와 듣는 자, 완결된 사건과 잠재적으로 열린 상태라는 영상 <샤인 힐>의 서사 및 구조와 연결된다. 기둥과 함께 반사판의 재질로 된 설치물이 다양한 모양으로 공간에 놓여있다. 이들은 “접힌 귀”를 세운 채 빛과 언어와 상황을 끊임없이 산란시킨다.

작가 소개
이윤이는 여성적 말하기/글쓰기, 상이한 감각들의 동시성, 특정한 장소에 반응하는 인간의 기억의 다층성 등을 주제로 사운드와 이미지, 텍스트를 혼합한 영상, 다양한 설치, 퍼포먼스, 출판을 실험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한국 현대시를 공부하고, 뉴욕 헌터 컬리지에서 순수미술 학사와 통합매체 석사를 마쳤다. 2014년 인사미술공간에서 첫 번째 개인전 《두 번 반 매어진》을 가졌고, 단체전으로는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푸쉬, 풀, 드래그》(2016), 국제갤러리에서 《유명한 무명》(2015), 갤러리팩토리에서 《여기라는 신호》(2015)에 참여하였다. 이밖에도 이윤이의 영상 작업들은 뉴욕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 북마이애미 현대미술관, 필라델피아 복스 포퓰리에서 소개한 바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아티스트 토크: 이윤이 
2018.5.26 토, 4 pm
아트선재센터 한옥
진행: 김해주(아트선재센터 부관장)

* 40명 선착순으로 마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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